마도3호선 목간 중 "奇待郞"

마도3호선 목간 관련 논문 보다가 써본다.

마도3-0917-H7-죽찰

[앞면] 奇待郞宅上
[뒷면] 次知吳

기 대랑 댁에 올림.
차지 오.

그냥 간단한 일종의 하찰(荷札)이다.

재밌는 건, "奇待郞"인데,
내가 읽고 있는 논문 "마도3호선 목간의 현황과 판독(임경희, 2011, "문자와 목간" 8호)"에도 설명은 다음 정도만 있다.

"수취인은 기 대랑이다. 고려시대 대랑이라는 관직명은 찾아지지 않는다.
혹시 侍郞을 잘못 적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단정짓기 어렵다" (223p)


2가지로 구분하자면,
1. 대랑-시랑?
2. 기대랑(기시랑)이 누구?

1. 대랑(待郞)이라는 관직명은 원문에도 나왔지만 고려시대에 관직명으로 그 용례가 찾아지지 않는다.
혹 대조(待詔)의 별칭이 아닐까 하는데,
고려에서 대조는 중국과 달리 예문관 혹 문하성의 이속(吏屬)으로만 존재한다.(한림대조, 문하대조)
전출을 진공할 벼슬은 아니다.
또 결정적으로 대조를 대랑으로 불렀다는 예가 없다.
그리고 같이 발굴된 김윤화 시랑이나 유천택 승제, 김준 영공과 격이 안맞는다.

중국사에서도 대랑(待郞)의 관직은 찾아지지 않는다.
한적전자문헌에서 "대랑"을 검색해 봤을 때, 단 3건만 나오고,
비슷한 시대인 2건 모두 시랑(侍郞)을 잘못 쓴 예이다.

예1) 蕭衍亡人許周自稱為衍給事黃門待郎
(소연의 망인 허주가 소연의 급사 황문대랑이 되었다고 자칭하였다)
- 위서 열전 29 하원(源賀)

여기서 황문대랑의 예는, 황문시랑의 오류다.

예2) 乙未,以御史中丞顏衎為戶部待郎
(을미일, 어사중승 안간을 호부대랑으로 삼았다)
- 구오대사 진서(晉書) 소제(少帝)기

이 또한 호부시랑의 오류일 뿐이다.


둘다 시(侍)랑을 대(待)랑의 오류일 뿐이다.

이 목간도 사진은 못봤지만, 대랑으로 석독(釋讀)된다면,
그것은 원래 작성자가 시랑을 잘못 쓴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럴 때, 시랑벼슬이면서 고종 말년(김준의 집권시기)에 기(奇)씨 관리.

제일 가까운 것은, 몽골간섭기 때 유명한 기철의 고조부 기윤숙(奇允肅)일 가능성이 높다.

기윤숙 - 민족문화백과사전


庚寅 以崔沆爲中書令 奇允肅爲門下侍郞同中書門下平章事
(12월) 경인일, 최항을 중서령으로, 기윤숙을 문하시랑 동중서문화평장사로 삼았다.
- 고종 42년 (1255)

丁卯 門下侍郞平章事奇允肅卒
(3월) 문하시랑 평장사 기윤숙이 죽었다.
- 고종 44년 (1257)

고려사에 기윤숙에 관련 기사는 위 2건외에, 고종 19년 대장군 직함으로 나오고,
그 외는 기철의 열전에 나오는 것 뿐이다.

본 목간이 1264~68년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판단하므로,
이와 가장 가까운 시기에 문하시랑을 역임한 기윤숙이 이 목간에 나오는 기대랑(=기시랑)으로 봐야 할 것이다.


기윤숙이 사망할 때(1257)에 직함은 문하시랑이고, 따라서 그의 집은 기시랑댁으로 불려졌을 것이다.
기윤숙의 아들이자 조부는 누군지 나와 있지 않고, 기윤숙의 손자이자 기철의 아버지인 기자오(奇子敖)는 고작 음관으로 출사해서
산원(散員) 벼슬을 받았다.
여러 관직을 전전하다 총부(摠部) 산랑(散郎)을 역임했고, 죽을 떄 수령 - 지방관 정도였다.
총부는 충렬왕 즉위 직후 이루어진 관제격하 때의 명칭으로 원래는 병부(兵部)이고, 산랑은 원래 6부의 원외랑(員外郎)을 말한다.
원외랑이라 해도, 정6품직일 뿐이다.

즉 기윤숙이 죽은 이후 기철때까지 기철 집안에서는 제대로 된 고위직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한 즉, 기윤숙의 집안은 계속적으로 기철의 고조인 기윤숙의 직함을 따서 기시랑댁으로 불려졌을 가능성이 크고,
기윤숙이 죽은 지(1257) 10 여년 밖에 안된 이 목간의 작성시점(1264~68)에서는 더욱 그 가능성이 높다.



PS. 오전에 쓰고 나서 퇴근전에 추가.

보통 3성 6부 중앙관제 하에서
시랑(侍郞)을 차관직임을 나타내는데, 3성에도 시랑이 존재하고 상서6부에도 시랑이 존재한다.
즉 문하시랑 동중서문하평장사 할 때, 장관직인 문하시중의 차관으로 문하시랑이 존재하고,
상서6부에 각 부의 장관인 상서 이하에 차관직으로 시랑이 존재한다
(ex. 이부시랑, 호부시랑 같은 식으로)

그런데, 3성(실제 2성)의 차관직인 문하시랑은 명백히 뒤에 평장사가 생략된, 보통은 "문하시랑 평장사"의 약칭인 경우이다.
(더 정확히는 "문하시랑 동중서문하평장사" 이다)
이 문하시랑은 정2품직이고,
앞서 말한 상서6부의 시랑은 정4품직이다.


그러나 보통 시랑이라고 약칭할 때는, 상서6부의 차관직인 정4품 시랑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의 기시랑도 만약 시랑이 맞다면, 그건 정4품 시랑을 의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문하시랑을 시랑으로 약칭하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by moduru | 2012/05/18 11:27 | 역사구라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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